『 4.10 :봄비 내리는 날 마음의 외출 』
보슬보슬 봄비가 가슴을 적십니다. 겨울내 얼어있던 마음이 이제야 녹으려나 봅니다. 사진에 못 담은 아쉬움으로 봄비에 떨어진 벚꽃잎을 한움큼 집었습니다. 파르라니 떨고 있는 꽃잎들은 어제 오지 않고 이제 왔다고 뚝뚝 눈물을 흘립니다. 혼기를 놓친 여인의 한숨소리입니다. 지금 막 잡은 물고기 비린내 냄새도 납니다. 연분홍 옷을 입은 아기의 보드라운 살결 감촉일 수 있습니다.
또 한해의 봄 날 하루를 보내노라면 어느날 내곁에서 봄이 훌쩍 떠났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가장 행복해 보이던 공원의 노숙자들은 오늘 만큼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늘 함께 아침을 맞이하던 소주병이 모로 누어 추잡을 떨고 치우지 못한 어제밤의 삶의 나부랭이들이 같은 꼴이 된 벚꽃잎을 조롱 하며 죄 없는 신문까지 욕을 얻어 먹고 있습니다.
보슬보슬 봄비가 가슴을 적십니다. 봄비 뒤에 연분홍 잎들은 활개를 펴겠지만 아직은 힘껏 멋을 낼 날인데도 떨어져 버린 꽃잎은 모두가 가슴에 묻어 둔 불만들 입니다. 희망 이기도 합니다. 전화 벨 소리에 봄비는 멎었습니다. 개도 안 걸린다는 봄감기에 코를 훌쭉 거리며 우중충한 마음의 무게를 털어 버리고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길가에서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황혼길을 멋지게 걸어보려 합니다.
또 한해의 어느 하루를 마냥 그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이대로를 즐기려 합니다. 떨어진 벚꽃나무에서 화려하게 만발한 파란 벚꽃나무를 봅니다.
향군 회원 여러분!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은 나의 가슴속에 있습니다. 지금 함께있는 사람과 오봇하게 차를 나누며 창밖을 보십시요. 우산을 쓴 누군가가 당신일 경우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아름다운 하루이시기를 ........ 비 오는 봄날 화려한 외출을 하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