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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 한·미 동맹이 어찌 됐길래 이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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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사 참모장 겸 미 8군 사령관 찰스 캠벨 중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군의 (한반도 이외) 다른 지역 투입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강력 항의한 것은 한·미 동맹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리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주둔군 사령관의 입을 통해 공개되고, 정부는 그런 사실을 보도를 통해 접한 다음에야 ‘강력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이러고도 한·미 동맹엔 이상이 없다고 떼를 쓸 것인지 궁금하다. 도대체 정부는 그동안 양국 군사·외교 채널을 어떻게 운영해 왔길래 우리 국민이 미군 사령관에게서 이런 중대 사안을 직접 통고받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한·미 동맹을 다루는 미국의 태도에서 동맹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오만함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관한 문제라면 미국의 이해 관계가 최우선 고려사항일 것이다. 그것도 미군의 이동배치와 변동에 대해서는 상대 정부와의 사전 협의가 일반적이다.
더구나 한국군과 ‘함께’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미국 혼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이 안보와 국가 진로 또는 인접국가와의 관계에 중대한 외교적 분란이 있을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주한미군측은 기자 간담회 직후 “캠벨 중장의 발언은 ‘예측’이 아니라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회견 전후 발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캠벨 중장은 “향후 한·미 동맹은 다자간 협조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
21세기에는 한·미가 합동 편성해서(ROK-US combined formation) 역내(域內)에 전개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도주의 작전, 평화유지 작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군측 해명대로 예측이 아니라 가정이라고 해도 한국의 군사력 운용문제를 주둔군 사령관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외교적 예의도 아니다. 이는 한반도 안보를 위해 한·미 양국이 협력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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