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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軍 통수권자인 盧 대통령께
등록자 양천구회
등록일 2004-07-22 오전 11:04:22 조회수 1591
軍 통수권자인 盧 대통령께 저는 조선일보에서 국방 분야를 10여년째 담당하고 있는 유용원 기자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이길 수 없어 한 말씀 올립니다. 요즘 이른바 ‘NLL(서해 북방한계선) 보고 누락’ 사건으로 심기가 몹시 불편하실 줄 압니다. ‘일부 직업군인들이 나의 통수권에 대해 도전하고 반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격분하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외형상 드러난 것만 보면 그렇게 오해하실 수 있는 대목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군은 가장 충성스런 대통령님의 부하입니다. 지난해 10월 국군의 날 행사 때 육·해·공군 장병들을 사열하면서도 이를 느끼셨을 것입니다. 군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된 사람에겐 누가 됐든 충성하는 조직입니다. 지난 1993년 이후 두 명의 민간인 대통령이 군을 이끌면서 하나회 숙정 등 대대적인 군 사정(司正)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던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군복무 경력이 논란을 빚었던 전직 민간인 대통령들과 달리 노 대통령께선 사상 첫 사병 출신 대통령으로 군의 존경을 받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님과 군이 서로 불신하고 다투는 듯한, 국민들이 보기에 안쓰럽고 불안한 일들이 왜 벌어지는 것일까요. 몇몇 청와대 고위관계자들과 여당 의원들이 얘기했듯이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와 이간질 때문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님은 대통령님대로 “군이 나의 통수권자로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고, 군은 군대로 “대통령은 부하인 우리를 사랑의 매로 다스리려는 것이 아니라 몽둥이로 불구가 될 정도로 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군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수개월간 그런 의구심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5월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군대장)이 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역 대장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됐을 때 너무 심한 조치가 아니었느냐는 반응이 군 내에 많았습니다. 최근엔 의문사위의 간첩·사노맹 출신 조사관이 현역 대장, 전직 국방장관 등을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직업군인들이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속해 있는 여당의 김희선 의원이 지난 19일 “현 군부의 준장·소장·중장들은 과거 군사정부 시절 중령·대령을 거치며 커온 사람들”이라고 발언한 것은 불만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것입니다. 장성·장교들이 “자존심을 짓밟는 발언”이라며 공분하고 있습니다. 이번 ‘NLL 보고누락’건만 해도 조용히 진상을 조사한 뒤 군의 잘못이 확인된 부분에 대해 문책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으면 지금처럼 사태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반응들은 통수권에 대한 도전이나 항명(抗命)과는 다른 것입니다. 만일 대통령님께서 군이 잘못이 많고 매우 부패한 집단이어서 팔·다리가 부러지도록 때리고 전면 수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신다면, 군은 이를 악물고라도 이를 감내(堪耐)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가장 충성스런 부하를 잃게 되는 대통령님과 군의 국토방위를 믿고 생업을 유지하는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요. 아직도 많은 직업군인들은 통수권자인 대통령님의 애정과 신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용원 국방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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